#별별인터뷰 #외로움과_살아가는_방법 #아타

#처음

  • 이틀
    • ‘가족’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어. 다양한 가족들의 현재 모습,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인데 평소 내가 아타랑 나누고 싶었던 이야길 나누려고 해.
    • <별일없이산다>에는 공식적인 첫 질문이 있어. 당신이 생각하는 가족은 몇 명입니까?
  • 아타
    • 와, 이 질문 정말 좋으면서 힘드네. 이 질문을 받으니까 가족이라는 개념이 나한테 확장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면 옛날에 무조건 우리 구성원 5명이었는데 지금은 사실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나는 우리나라의 가족이 너무 폐쇄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고. 폐쇄적이면서 동시에 세습적이어서 나는 그걸 나름 거부하는 삶을 살려고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가족이라는 개념이 나한테 폭넓게 작용하는 것 같아. 부모들이 항상 얘기할 때 어려운 일이 닥치면 결국엔 가족 찾는다 이러는데 그 말이 맞기도 한 것 같아. 내가 큰일을 겪으면서 가족이라는 개념의 사람이 더 늘었다는 생각은 했어. 그래서 나한테 가족의 명수는 솔직히 한… 딱 몇 명이다 말을 못 할 거 같고, 약 열 명 내외 정도-라고 나는 생각해. 그 안에는 이웃도 포함되고 친구도 포함돼. 나는 가족에 너무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은 거야. 가족이라는 네이밍 안에.
  • 이틀
    • 그치. 우리나라의 가족이라는 개념이 너무 틀에 박혀있는 느낌이라.
  • 아타
    • 고마운 존재들이긴 한데. 나에게 유년 시절을 제공해주고, 내가 자랄 수 있게 계속해서 서비스를 제공해주신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하는 마음도 있고 사랑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걸 빚진 마음으로 가져가서 가족이라고 계속 말하는 건- 나부터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어. 왜냐면 그렇게 말하면서 집착하려고 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내가 싫은 게 그건데 그들한테 그걸 요구하면 내가 너무 모순적이기도 하고. 완벽하게 모순적이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아니지만.

#두사람

  • 이틀
    • 예전에 어려운 일이 있었을 때 내가 생각난다고 했었잖아. 나에 대한 기대나 집착도 있는 거야? (웃음)
  • 아타
    • 음.. 있지 않을까? (웃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면, 그래도 연락을 했을 때 나를 모른 척하지 않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 마음이 내포돼 있을 것 같아. 아무리 없다고 말한다 해도 사실 그건 좀 거짓말일 것 같고. 그 안에 어떤 지난 세월, 같이 쌓아왔던 우정에 대한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없을 순 없잖아. 근데 만약에 내가 원하는 결과를 못 얻어서 순간 실망한다고 해도 그때 그 사람을 ‘나쁜 사람’ 또는 ‘역시 (진정한) 친구는 아니야’ 이렇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 왜냐하면 반대로 생각했을 때 나도 안 되는 상황이 있을 때도 있겠고, 누구에게나 각자의 상황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렇게 보면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 것 같아.
  • 이틀
    • 알겠어. 나에 대한 집착은 크지 않은 걸로 생각할게. (웃음)
  • 아타
    • 너무 고마운 것들은 항상 있지. 꼭 그 때 그 자리에 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픽- 사라지는 건 아닌 거 같아.

#요가

  • 이틀
    • 나는 네가 요가 수업을 진행한 지 10주년이라는 걸 인스타에서 보고 깜짝 놀랐거든. 요가는 자취하면서 시작한 거야?
  • 아타
    • 아니, 자취보다 요가를 먼저 시작했고, 자취는 요가 시작하고 한 2년 정도 있다가. 그냥 독립해서 혼자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처음에 나온 거라 당시에 머릿속에 엘요가는 아예 없었어. 근데 밖에서 나와 혼자서 살아보니까 너무 힘든 거지. 챙길게 너무 많고, 밥 빨래해 주셨던 엄마 아빠가 없이 혼자 하려니 벅차고. 그러다 보니까 일이 조금 더 나한테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지점에서 나한테 편한 워크 타임이라고 해야 하나, 그 타임을 내가 스스로 결정하면 훨씬 편안하니까 엘요가를 하기로 결정한 거고. 솔직히 엘요가는 내가 하기 싫은 걸 절대로 안 하려고 세운 거야. 엘요가를 너무 하고 싶었다, 사장님이 되고 싶었다는 마음은 전혀 없었어. 하기 싫은 걸 절대 안 하고 싶었지.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뭔지도 조금 알게 됐고.
  • 이틀
    • 왜 요가를 시작하게 됐지? 그 얘기를 못 들은 것 같아.
  • 아타
    • 재활. 10대 때 허리 디스크가 좀 있었는데 그냥 방치해뒀었어. 20대 돼서 자꾸 무릎이랑 허리가 너무 아픈 거야. 앉아있을 때나 누워있을 때나 계속 힘들어서 도저히 이대로 안 되겠다 싶었던 거지. 내가 항공학과를 나와서 시험을 보려면 구두를 신고 다리를 붙여야 하는데 골반이 틀어지니까 허벅지에 힘이 없어서 다리를 붙이는 게 너무 힘든 거야. 그래서 처음에는 교정을 하려고 정형외과 다니고 한의원에서 견인치료를 받고 그랬었어. 나을 듯 나을 듯 하는데 그 비용이 꽤 비싼 거지. 근데 그때는 21살 이랬으니까 아르바이트만으로는 그 돈이 감당이 안 되고, 또 그걸로 엄마 아빠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거든. 근데 누군가 나한테 스쳐 가는 말로 ‘요가가 허리랑 골반교정에 그렇게 좋대’ 그래서 시작을 한 거였지. 요가가 좋아서 혹은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고, 죽지 않기 위해? 살고 싶어서. 너무 몸이 아프니까 생존 때문에 시작했던 거야. 그때는 요가 강사가 될 생각도 없었지. 재활만 잘 됐으면 좋겠다, 그 생각뿐이었어. 2년 반 정도 꾸준히 했었나. 
  • 이틀
    • 2년 반하고 어디 다녀오지 않았었나? 인도?
  • 아타
    • 자기계발 관련해서 무슨무슨 코스가 있었어. 그땐 돈 벌어서 다 그런데 썼어. 명상하고. 요가하고 몸이 많이 좋아지면서 내 내면을 보게 되니까 내가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게 비단 몸 때문인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겠더라고. 자연스럽게 명상이나 자기 마음 챙김 같은 거에 관심이 갔지. 인도를 간 건 아니고 인도에 있는 스승님한테 우연히 가르침을 받았는데 너무 좋은 거야. 안 그래도 그때 내가 불교 철학에 관심이 많았을 땐데 그분의 말이 잘 맞기도 하고. 요가랑 명상을 동시에 같이 시작했지. 같이 할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그렇게 꾸준히 병행을 했고 그 결과 다행히 재활이 됐고.
    • 그 당시 요가선생님이 아직도 기억 나. 지금도 한번 뵙고 싶어. 그 선생님이 나한테 한번 슬쩍 얘기했지. 잘 안 빠지고 되게 열심히 나온다고. 처음에는 그렇게 힘들어하더니 지금은 동작도 진짜 잘 나온다고. 그러면서 나한테 그 이야길 하시는 거야.

“나중에 관심 있으면 자격증 한 번 따봐요”

아타를 지켜본 선생님이 조심스레 건넨 이야기
  • 아타
    • 나는 막 손사레를 쳤어. 어우, 아니에요. 선생님. 제가 무슨… 막 이러면서 집에 와선 인터넷을 검색했지. (웃음) <요가 자격증을 따려면>.
    • 그러고 나서도 한동안은 회사를 계속 다녔어. 근데 맨날 시흥에서 광화문까지 지하철 타고 오는 게 너무 힘든 거지. 정장 입는 것도 안 좋아하고. 다행히 옷을 편하게 입으라고 하는 회사이긴 했지만 그래도 은근 눈치 주거든. 운동화 신고 가면. 그런 거 때문에 너무 불편하고, 그것 때문에 다시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그건 회사를 그만두지 않으면 딱히 방법이 없었어. 다른 회사를 간다고 해서 답이 보이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시점에 마침 신종플루에 걸린 거야, 내가. 그때 한동안 격리 됐었는데, 아직도 기억나. 진짜 죽는 줄 알았거든. 그러면서 ‘내가 만약에 여기서 살아서 나가면 회사 먼저 그만둔다.’ 그런 생각을 했지.
    • 어떤 한계치에 탁, 왔을 때 사람이 솔직해지더라, 진짜. 그러고 나서 그만뒀어. 한 3주 있다가 바로. 그만두면서 이미 등록한 지 몇 달 된 자격증반에 집중했지. 근데 내가 원래 운동을 했던 몸도 아니고 재활이 됐어도 유연한 건 아니어서 자격증 따는데 남들보다 시간이 2배 정도 걸렸어. 무용과 친구들이랑 같이 시험 봤는데 완전 좌절. 그때 나는 다리도 안 찢어지고. 지금 생각해보면 요가가 다리 찢고 하는 그런 게 아닌데, 사람이니까 비교가 되는 거야. 그때 잠깐 고민했었지. 중단할까. 이 길을 가지 말까. 그래도 그때 계속 생각했어. 그래, 저 사람은 저 사람이고 나는 나다, 하면서 책을 위안 삼았지.
    • 그리고 25살에 요가강사를 시작한 거야. 처음엔 알바였어. 오래 할 거란 생각도 없었어. 그냥 회사 안 가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수업할 수 있고, 그러고 돌아오면 산책도 하고 보러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호기롭게 시작한 거였지. 삶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였으니까 철학 수업 들으러 경복궁역까지 가고 그랬어. 모닝페이지라고. 
  • 이틀
    • 아침에 글 쓰는 거였나?
  • 아타
    • 응. 집에서 혼자 하는 100일 프로젝트. 중간에 사람들 만나서 피드백 주고 받고. 그것도 한 6개월 정도 했던 것 같아. 아침에 일기 쓰는 거니까 무의식이 나올 때가 많아서 솔직해지는 거야. 아, 난 이런 거 싫어하는 구나, 이런 거 좋아하는 구나, 아니면 난 이런 거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했구나, 사실 그때 나는 이런 걸 되게 부끄러워 하는 구나. 그런 게 좋았어. 나에게 솔직해지는 거.
  • 이틀 
    • 아타는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 아니면 몸과 마음에 영향이 오는 것 같아서, 그런 면에서 요가가 잘 맞는 거 같기도 하고.
  • 아타
    • 거짓말이 많아서 그래. (웃음) 내 안에 정직이 쉽지 않아.
  • 이틀
    • 요가를 시작한 계기가 맨 처음에는 몸의 재활 목적, 그 다음에는 마음을 살피는 과정, 그리고 내가 스스로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는데. 1번과 3번은 좀 구체적으로 알겠는데, 2번에서는 어떤 마음의 문제가 있었는지 좀 더 듣고 싶어.
  • 아타
    • 가족이지. 그 당시에는 가족 구성원이 다 싫었어. 유일하게 남동생 빼고는 다 힘들었던 거 같아. 지금은 가족구성원하고 나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해. 근데 그때는 막 엄청나게 미워해서 다신 안 봐, 이런 건 아닌데 썩 좋은 것도 아닌 그런 관계였어. 지금 생각해보면 오해야. 내 시야가 좁으니까 내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만 맞다고 계속 생각한 거지. 그렇게 보니까 아빠도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거고,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만 엄마가 원하는 대로 나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나는 그 둘 다 싫었어. 10대 때는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부모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그 관계 안에 종속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관계였는데, 이제 20대 딱 되니까 느낀 거지. 경제적으로 완벽히 자립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절반의 반항은 할 수 있게 된 거야. 
    • 엄마에 대해서는 그냥 그러려니 했던 거 같은데, 아빠가 날 되게 미워한다고 생각했어. 알고 봤더니 엄마가 아빠랑 사이가 안 좋은 거야. 엄마가 아빠 욕을 나한테 하잖아. 엄마는 어쩌면 그냥 이야기한 건데 어린 나에게는 아빠가 되게 나쁜 사람인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도 잘한 건 없지. 근데 그 당시에는 엄마가 아빠를 욕하면, 내가 엄마를 좀 더 좋아하고 애착 관계가 있으니까 사랑하는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빠가 싫은 거야. 아빠가 말만 하면 삐죽대고 내 옆에 와도 어색하고 싫고. 그게 계속 누적이 되니까 아빠가 어느 순간부터는 되게 불편한 사람이 된 거지.
  • 이틀
    • 그랬구나.
  • 아타
    • 근데 명상하면서 가족에 대해 들여다보는 그런 코스를 하고 나서 내가 깨달았던 건 아빠에 대한 오해가 너무 심했다는 거야. 당시에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아빠한테 편지를 썼어. A4용지 3장에 구구절절. 언제언제 아빠가 나한테 이렇게 했는데 이렇게 이렇게 느꼈었다. 사실 난 아빠가 싫은건 아닌데 오해를 풀고 싶다. 아빠가 나를 삼 남매 중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지 궁금하다. 솔직하게 얘기를 했지. 아직도 기억해. 그날 내가 먼저 나가면서 봉투를 책상 위에 두고 갔어. 갔다 왔는데 아빠가 앉아보라는 거야. 아, 아빠가 봤구나. 진짜 떨리는 거야. 근데 아빠가 좀 당황한 느낌으로 말을 하시더라고.

“야, 나는 네가 이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다? 네 오해야. 내가 오히려 미안하다. 근데 나는 한 번도 너를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

아빠의 사과
  • 그날 내가 엄청나게 울었어. 오해가 풀린 거지. 아빠한테 지금도 고마워. 그래도 그렇게 얘기해주셔서. ‘네가 항상 셋 중에 알아서 잘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너를 신경 안 쓴다고 했던 건데 그런 걸 섭섭해했을지 몰랐다. 널 방치한 건 아니다. 나는 너를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 그때 오해를 풀고 아빠랑 사이가 좋아졌어. 그 당시에 그걸 안 풀고 가면 내가 안 되겠더라고. 
  • 이틀
    • 사실 그렇게 안 풀고 계속 오해를 쌓아가는 사람도 많은데, 아타 스타일인 것 같아. 정직하게.
  • 아타
    • (웃음) 근데 문제는 뭔지 알아? 그러고 나니까 아빠가 엄마보다 좋아진 거지. 아빠 편 들어 이제는. 엄마 편 잘 안들어. 아빠한테 뭐라 하지 말라고 하고. 엄마가 언제 한번은 되게 섭섭하다고 하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니까 엄마가 믿을 구석은 유일하게 아이밖에 없었던 거 같아. 엄마가 가장하는 사랑하면서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좀 와전되면 집착일 수도 있고.
  • 이틀
    • 그런 화해의 과정이 있다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요가가 그런 기회를 마련해준 측면도 있는 것 같아.
  • 아타
    • 그치. 그래서 고마워. 그리고 그때의 나한테 고마운 게 있어. 용기를 내줬다는 거. 물론 그 뒤에도 이래저래 풀어야 하는 건 하나씩 생기더라고. 그래도 제일 중대한 건 그때 풀었다고 생각을 했어. 우리 아버지가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건 아니었구나. 아빠도 그런 걸 배워보지 않았다는 것도 좀 이해를 했어. 아빠도 아빠의 아빠나 엄마한테서 그런 걸 배워 보신 적이 없었던 거야. 그냥 라디오나 방송 같은 데서 본 ‘아빠’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만 하니까 아빠도 나름 시행착오를 겪었던 거지. 근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나는 왜 이렇게 좀 더 아빠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라는 마음도 들고. 아빠와의 관계가 풀리면서 많이 좋아졌어. 그러면서 아빠가 나한테 되게 든든한 사람이 됐지. 아빠도 신경을 쓰시는 건지 더 연락도 자주 하고 용돈도 몰래 좀 더 자주 주시고. 좋은 분이야. (웃음) 아, 나 잠깐 *말콤이 보고 올게.

(*말콤이는 아타가 임시보호 하고 있는 고양이다.)

#고양이

  • 이틀
    • 말콤이 임보한지 정확히 며칠째지?
  • 아타
    • 65일째인가? 65일째, 오늘이.
  • 이틀
    • 보통 임보를 이렇게 오래 하진 않잖아. 비결이 뭐야? (웃음)
  • 아타
    • 아하하. 때 되면 밥 주고 약주고 똥 제깍제깍 치워주고.
  • 이틀
    • 말콤이는 아타한테서 얻는 게 확실하게 있구나. 아타는 말콤이한테서 뭘 얻는 걸까?
  • 아타
    • 나는 말콤이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아, 이런 애도 있구나. 이렇게 지낼 수도 있네. 60일 동안 지내면서 우리 사이에 알게 모르게 약간의 의리가 생긴 거 같아. 그게 느껴져 살짝. 이런 게 나름 또 재밌는 거야. 
  • 이틀
    • 지금까지 아타가 임보한 고양이가 몇 마리야?
  • 아타
    • 처음에 두 마리 한 번에 했었고, 그 다음에 우리 루미가 있었고, 그다음에 말콤이.
  • 이틀
    • 첫 번째 임보했던 친구 중에 내가 아는 그 까만 고양이 있지 않나?
  • 아타
    • 어, 맞아. 까만 색이랑 고등어. 
  • 이틀
    • 그 친구들은 정말 임보였었네. 다른 집으로 갔으니까.
  • 아타
    • 응. 눈이 한쪽이 잘 안보여서.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 이틀
    • 시흥에 살 때도 반려동물이 있었나?
  • 아타
    • 아주 어렸을 때, 7살쯤? 삐뽀라는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어. 삐뽀는 내가 지어준 거야. 뽀삐로 부르자고 했는데 너무 흔해서 내가 삐뽀로 하자고 했어. 나중에 삐뽀가 엄마 친구 집으로 갔거든. 근데 1년 안 돼서 떠났지. 너무 관리를 못 받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 남동생이 유독 힘들어했어. 지금도 가끔 그 얘기를 해. 누나, 나는 삐뽀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파, 그러지. 남동생은 그때 심지어 4~5살밖에 안 됐었거든. 엄마가 아무 상의 없이 삐뽀를 친구분 집으로 보낸 거야. 남동생이 완전 자지러졌지. 맨발로 뛰어나갔어, 삐뽀 찾으러. 남동생이 숨을 못 쉴 정도로 울던 기억이 있어. 그 뒤로 남동생은 못 키우겠다고 하더라고. 그 트라우마가 있대. 그 뒤로 몇 번 엄마한테 데리고 오자고 그랬었는데 엄마는 너희가 키울 거 아니면 가만히 있으라고 그러셨지. 여튼 그 이후로는 반려동물과는 함께 살 거라고 생각 안 해봤던 것 같아.
  • 이틀
    • 근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친구들과 임보로 지냈지?
  • 아타
    • (웃음) 일단, 고양이가 너무 귀엽다는 걸 알고 나서. 사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카페에 고양이가 있었어. 처음에는 고양이 무서워 했거든. 근데 너무 예쁜 거야. 어떻게 이런 애들이 다 있지, 싶었다니까. 그때부터 고양이가 되게 예뻐졌어. 그래서 사실 몇 년 안 됐어, 내가 고양이 예뻐한 지. 자취 시작하고 초반에는 여건이 안 되니까 못 키웠는데, 독립문 오고 나서 임보를 시작한 거야. 어떤 분이 자기 고양이 잠깐 봐줄 수 있냐고 해서, 원래 한 달을 봐주는 거였는데 내가 한 넉 달을 봤지.
    • 그러고 나서 한 석 달 있다가 루미가 오게 된 거야. 내가 몸살이 있어서 한의원에 다녀오던 날이었어. 버스 안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그 다음 주에 방사 대상인 아이가 하나 있는데 혹시 거둘 생각 없냐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물어봤지. 방사되면 어떻게 되냐고. 그랬더니 ‘빨리 죽겠죠’ 이러는 거야. 나는 그 말이 나는 너무 싫은 거지. 바로 데리고 오겠다고 했어. 사진도 안 봤어. 나중에 보니까 내가 같이 살 거라고 생각했던 고양이는 아니었어. 나는 치즈를 생각했거든. 근데 루미는 젖소잖아. 그래서 처음엔 약간 그랬어. 근데 아직도 기억나. 처음에 한옥 집을 한 바퀴 돌더니 딱 내 무릎에 앉더라. 내 무릎에 앉아서 자는데 너무 귀여운 거야. 
  • 이틀
    • 루미는 처음부터 마음을 열었구나.
  • 아타
    • 응. 루미는 그랬어. 캣초딩 짓을 많이 해서 나한테 많이 혼났지. 사료며 모래, 장판 다 뜯어놓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미안해. 왜 그렇게 혼을 냈을까? 그냥 뒀어도 됐는데. 이렇게 짧을 줄 알았으면.
  • 이틀
    • 루미의 첫 모습이랑 더 비교되겠다. 말콤이랑. 루미는 이렇게 처음부터 마음을 열었는데. 그치? 말콤이는 65일째 저기 있으니까. (웃음)
  • 아타
    • 그래서 처음엔 말콤이한테 정이 가진 않았어. 근데 그런 생각도 들더라. 그게 뭐가 중요한가. 쟤가 나한테 마음을 안 열 수도 있는거고, 뭔가에 트라우마가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꼭 예쁜 짓을 해야만 예쁜 아이인가. 모든 아이가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쟤를 보면서 들어.
  • 이틀
    • 처음에 아타가 가족이 몇 명이다, 누구다, 특정할 수 없겠다고 말했잖아.
  • 아타
    • 응, 루미나 말콤이는 케어의 느낌이 있긴 해. 가족이긴 한데, 이것도 범주가 나뉘는 거 같아. 온전히 내가 케어해줄 수밖에 없는 존재-는 거의 유일한 것 같아. 인간은 그러지 않는데 동물이라서 좀 다른 점이 있는? 그래서 인간한테는 그런 마음이 잘 안 드는 것 같기도 해.
  • 이틀
    • 루미와 말콤이한테 느껴지는 감정도 갭이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가족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 아타
    • 말콤이는 아직. 말콤이는 사실 가족이라기보다는 보호 대상이라는 생각이 아직은 더 커. 만약에 쟤가… 음… 모르겠다, 말콤이. 아직은 잘 모르겠어. 루미는 죽을 때까지 내가 봐야겠다 결심한 게 된 것도 있었고. 말콤이는 아직은 내가 보호자라는 생각 정도? 그게 좀 다르긴 하다.
  • 이틀
    • 이렇게 같이 지내는데 불편한 게 없고, 서로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 아타
    • 맞아, 불편한 게 없어. 희한하게. 불편할 줄 알았는데. 딱 자기 바운더리 안에서 다니고 침범하면 싫어하고.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람과 함께 지내는 느낌이지.

#외로움과함께살아가기

  • 이틀
    • 이렇게 살 수 있는 거 보면 가족이고 아니고가 뭐가 중요한가란 생각도 들고.
  • 아타
    • 맞아. 옛날에 제주도에 있는 요가선생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같이 사시는 할머니가 계셔. 다들 어머니라고 생각한 거야. 근데 혼자 사시는 할머니래. 그냥 모시고 같이 살게 됐대. 너무 신기하지. 그냥 같이, 공간에서 방 하나씩 해서.
    • 아침에는 요가 수업하러 나오시니까 점심이나 저녁을 꼭 집에 가서 할머니랑 같이 하셔. 회원분들이랑 같이 있다가도 시간 되면 꼭 “난 집에 잠깐 들어갈게. 그래도 할머니가 계시잖아” 이러시더라고. 어쨌든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선생님의 방식을 보고 ‘와’ 이랬던 것 같아. 그냥 그렇게도 살 수 있는 거야. 그들에게 우리가 얘기하는 각별한 사랑은 없을지 몰라도 어떤 인간적인 부분? 또는 우정, 또는 의리는 있는 거란 생각이 들어. 할머니가 내가 안 오면 저녁을 차려서 안 드시더라고, 그러면서 집에 가시는 거야. 그걸 누구도 의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냥 그들만의 우정이 있구나, 하는 거지. 그 할머니 지금도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네.
    • 나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한테 아직 없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어서 그렇게 느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근데 그럴 수도 있다는 걸 배워가고 있지. 앞으로는 더 그럴 거라고 생각해. 앞으로의 시대가, 세대가. 물론 그 안에서도 왔다 갔다 해. 그래도 누군가랑 더 복작복작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가끔 들 때 있고. 왔다 갔다 해.
  • 이틀
    • 아타는 어때? 연인이거나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우정을 근간으로 한 누군가와 같이 산다면 그때도 가족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 아타
    • 아니. 그냥 그게 가족이 된 거 같아. 그게 서로 잘 맞는 사람. 그러면 더 이상 난 가족에 대해 집착하지도 않을 거 같고. 물론 지금도 많이 안 하려고 노력하고, 안 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 있기도 하거든. 그게 되는 삶이라. 생각만 해도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거니까 약간 설레는 마음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가족관계에서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그거거든. 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그런 생각이 우리 가족 안의 폭력으로, 그리고 세뇌가 되어있는 것 같고, 나도 적게라도 경험했던 사람이니까. 물론 섭섭해할 수도 있긴 하지. 하지만 맨날 그 말을 달고 사는 가족, 부부는 별로 건강해 보이지도 않고 그런 삶을 추구하고 싶지도 않고. 다행히 그렇게 안 살고 계시는 주변에 좋은 파트너, 커플도 좀 있어. 그래서 그런 분들하고 자꾸 만나고 싶어 하고 얘기하고 싶어 하는 거 같아.
  • 이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외로운 밤들이 있잖아, 문득 외로운 순간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순간에 기존의 가족은 ‘넌 나의 외로움을 받아줘야 해. 나의 기대를 받아줘야 돼’라고 많이 이용했던 거 같은데.
  • 아타
    • 사실 우리 엄마가 나한테 되게 많이 그랬어. 우리 엄마가 너무 외롭고 힘들 때마다 나한테 그걸 구구절절 말하는 거야. 근데 다 엄마의 슬픈 과거인 거지. 그게 나한테 좀 세뇌가 된 게 있어. 그래서 나는 우리 엄마가 너무 불쌍한 사람이니까 남들이 또는 아빠가 조금만 뭐라고 해도 싫은 거야. 지금은 엄마한테 많이 벗어나기도 했고, 감사한 건 감사한 거지만 엄마가 그랬던 걸 좀 떨어져서 보게 된 거 같아. 사실 엄마한테는 내가 감정을 받아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거지. 근데 그런 건 있어. 엄마, 그러기엔 내가 너무 어렸어. 차라리 그런 얘기를 엄마 친구한테 했으면 좋았겠지만 엄마가 친구가 없었던 것도 이제 이해해. 엄마한테 유일한 친구이자 딸이 나였고. 그렇다 해도 난 이제 더이상 그걸 내 후세에 이어가고 싶지 않아. 물론 그걸 안 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무심코 던진 말이 각인이 된 채로 살 거고. 아직은 그걸 경험시켜주고 싶지 않아.
  • 이틀
    • 그렇다면 아타의 그 외로움들은 어떻게 하고 있어? 어떤 모습으로 해결하는지를 묻는 거라기보다 외로움과 같이 지내는 방식 같은 거 있잖아. 그리고 아타가 온전하게 서 있기 위해서는 그 외로움을 혼자 끌어안을 수는 없잖아. 같이 나누는 어떤 존재들이 필요한데, 어떤 존재들이 있고 그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어.
  • 아타
    • 친구들, 산책, 맛있는 브런치, 영화, 음악, 좋은 글귀, 요가, 명상, 호흡… 방법이 꽤 많긴 많아. 그런 방법으로 가는 것도 피하는 거라는 얘기를 들었었어. 불법적인 것만 도피는 아닌 거지. 그 이야기를 듣고 ‘아~’ 하긴 했어. 뭐 어떻게 해. 인정한 거지. 그렇게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고. 맨날 요가만 하고 맨날 호흡을 바라보기도, 그리고 이제 그러고 싶지도 않아. 그냥 좋은 영화 있음 거기에 영감받고.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어차피 나도 이 친구들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 순간만큼은 다 서로 진심이었다고 생각하니까 그거면 된 거 같아. 예전에는 그 후에도 잔여물에 내가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욕심이더라고. 나도 그러지 않으면서 남한테 그런 거 바라는 건 욕심이지 뭐야. 그래서 지금은 친구들 만날 수 있을 때 만나는 게 좋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 나오는 영화 보는 게 너무 좋고, 요가 하는 거 당연히 좋고, 가끔 달리기하는 거 좋고 짜릿하고. 또 뭐가 있을까. 산책. 난 산책이 제일 커, 사실. 제일 쉽고 돈 안 들이고 그러면서 가장 사색할 수 있는.
  • 이틀
    • 그게 중요한 거 같아. 도피하는 곳이 많은 거, 나와 연결된 곳이 많은 게. 연결된 곳이 한 군데만 있다면 거기에 대한 기대도 커지잖아. 실망이 커지고, 거기에 내가 좌지우지되는 것도 커지고. 그러면 더 건강해지지 못하는 거 같은데, 아타가 이렇게 많은 곳에서 얻는 기쁨이나 연결감을 느끼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 건강한 것 같고. 만약 아타가 가족에게만 기대와 그런 걸 원했다면 엄마가 결혼하라고 했을 때 크게 휘둘렸을 거 아냐. 지금도 그런 소리 좀 듣잖아.
  • 아타
    • 듣지. 이제는 웃어 그냥.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누군가와 함께 살아보고 싶다. 근데 또 그런 생각도 들지. 내 라이프 스타일 – 저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 각자 있잖아. 비슷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다르고. 그러면 그냥 각자 집에서 잘 지내면서 한 번씩 만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꼭 같이 살아야 하나? 그런 마음도 있어. 어느 순간부터는 만났을 때 좋은 사람이 좋아. 약간 추상적일 수 있는데, 딱 만났을 때 좋은 사람들하고 계속 만나고 싶은 거? 예전에는 꼭 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계속 있었으니까. 근데 꼭은 없더라. 차라리 그때 나를 더 바라보는 게 좋지. 나는 내가 중요했으면 좋겠어. 내가 누굴 사랑해도 내가 중요했으면 좋겠어. 처음으로 든 생각이야. 나는 내가 다른 사람한테 모든 걸 다 바치고 싶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거든. 로맨스물을 보거나 연애할 때 특히 더. 근데 아니야. 아니더라고. 내가 중요한 게 진짜인 거 같아.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 이틀
    • 아타의 그 말은, 가족이나 연인이 우선순위가 아니라 내가 온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든 산책이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 아타
    • 맞아. 내가 살면서 기쁜 것들이 많아지면 좋아. 내 삶에 있어서 소소하게 좋아지는 것들이 많아지면 너무 감사한 게 그중에 돈 안 들고 할 수 있는 게 꽤 있다는 걸 알게 된 거. 옛날에는 돈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물론 맛있는 브런치는 돈이 들지만, 그것도 매일 먹는 건 아니니까. 그래, 보이차도 있어. 빼먹을 뻔했네. 제일 깊숙하게 있으면서도. 
  • 이틀
    • 앞으로의 아타의 모습도 지금처럼 죽 이어졌으면 좋겠어? 어때?
  • 아타
    • 나는 어제 어떤 선생님이랑 얘기하다가 떠오른 건데 그냥 조금 더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 그 정도. 딱.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면 좋겠다. 나도 아직 있어. 내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한테는 안 그런다고 하지만 아직 혈연관계의 가족들한테는 좀 너그럽지 못한 게 여전히 있단 걸 보거든. 근데 그게 좀 너그러워지면 삶이 매끄러워질 것 같아. 삶이 짧을 것 같아.
  • 이틀
    • 아타는 기쁜 것들이 되게 많을 것 같아. 주변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능력. 그게 난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 아타
    • 어, 이 얘기를 되게 오래전에 누군가 나한테 했었던 것 같은데. 누구나 좀 있는 거 같아. 맛있는 커피 마실 때나 햇살이 탁 창가에 잘 비칠 때나 오늘 하루 치 구몬을 끝냈을 때나. 그런 행복이 좀 있지 않아? 이틀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잦아졌으면 하는 게 있어. 그게 사라질 때 힘든 거지. 통째로. 근데 통째로 사라지는 순간들이 내가 원하지 않아도 오는 거 같아. 아,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나한테 닥치는 일들이 있구나. 이제 알겠어. 그때도 일상을 많이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며칠, 몇 주, 몇 달은 그럴 수 있는데, 다 놓으면… 사는 게 아니더라고.
  • 이틀
    • 맞아. 인생은 회전목마 같아서(웃음) 노래 제목이야.
  • 아타
    • 차를 다시 마시고,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다시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 이틀
    •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새로운 고양이랑도 같이 지내고.
  • 아타
    • (웃음) 말콤인 진짜 특이해. 어떻게 65일 동안 저러고 있을까. 지금은 그러려니-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자, 그러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미한테는 미안한 것도 있고. 이제 말콤이는 당분간 병원에 안 데려가기로 했어. 토를 하든 뭐를 하든 집에서 지켜보기로. 병원 한 번 갔다 오면 트라우마가 며칠 더 가니까. 고양이가 진짜 예민한 거 같아. 나도 그랬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병에 걸리면 치료를 받을 수 있음 좋긴 좋겠는데, 그냥 보내다가 갔으면 좋겠다.
  • 이틀
    • 옛날에는 그런 거 상상 못 했는데. 나도 이제 엄마도 그렇고 계속 누군가 왔다 가는 거 같아. 내 인생에서. 정말 큰 것들이 왔다 가는 것도 있고 작은 것들이 왔다 가는 것도 있고. 나도 또 왔다 갈 거고.
  • 아타
    • 오래 살고 볼일이라고 생각했어. 다 왔다 가는구나. 근데 다 언제 갈지는 모르는 거지. 그런 것 같아.

임보중인 고양이 말콤이와의 거리, 유년시절 많은 것을 기대오던 엄마와의 간격, 그날그날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찾는 하루치의 행복. 혈연만이 가족이고 살면서 서로에게 되도록 많은 것을 새기고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관계의 제약에서 벗어나, 우리는 모두가 인생에서 왔다 가는 존재라는 것을 점차 수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아타의 이야기. 잠시 이 세상으로 소풍왔다 돌아간다던 시인의 말이, 아타가 좋아한다는 산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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