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시설보다 어려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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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자립이 대한 사회의 관심도는 매우 낮다. 최근 들어 비장애인의 주거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일부 언론에서 일회성으로 취재를 나선 정도이다. 자립에 있어서 주거의 문제는 장애의 유무를 따지지 않더라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립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그 직접적인 원인으로 이야기되는 경제적, 제도적인 문제 외에도 장애인의 자립 미션을 임파서블하게 만드는 것이 참 많다. (*위 참고기사에서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보다 폭넓은 대상을 함께 이야기한다.)

장애인 IL(자립생활, Independent Living) 운동은 대체로 시설을 나와 독립된 삶을 살게 하는 ‘탈시설’ 운동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 운동은 주거의 독립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시설 밖으로 나와 자립 생활을 시작하더라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히 편입되기까지 또 문턱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짐작만 할 뿐이다.

‘일다’의 기사를 읽고 나는, 작년 겨울 어느날 바쁜 틈을 비집고 만난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의 서기현 소장에게 실제 사례를 전해 듣고 할 말 없는 입술이 되어 우두커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던 날을 떠올렸다. 생활보조인의 도움이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서 소장이 2019년 3월 드디어 자립생활에 돌입할 수 있었던 이야기다.

“올해 자립을 했어요. 직접 부동산을 돌아다니면서 집을 구하고 대출을 받고 이사하고 가구와 집기를 사넣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직접 하면서 정말 고생이 많았죠. 집만 한 30곳 넘게 봤을 거예요. 전동휠체어가 들고 나야 하니까 건물 입구에 계단이 있거나 집안에 문턱이 있으면 일단 후보에서 탈락이죠. 집 있느냐고 물어보러 부동산에 들어서는데 제가 입도 떼기 전에 업자가 나가라고 손을 휘휘 저은 적도 있어요. 어찌 저찌 보게 된 집이 마음에 들어서 계약을 하려고 하는데 건물주가 입주를 거부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서기현 소장의 말

그렇다. 장애인이 자립을 시도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자체부터 걸림돌이다. (이게 이해시키고 이해받아야 할 문제라는 것도 사실 말이 안 되지만.) 부동산 입구에서부터 거부당하고 손사레 치는 사람 앞에서 돌아서는 서 소장의 모습을 상상하니 한숨이 쏟아졌다. 물론 이 정도에서 놀라기는 일렀다.

“부동산업자나 건물주 이전에, 탈시설자립생활을 누가 제일 반대하는데요. 가족 설득이 제일 힘들어요.”

서 소장과 함께 일하는 최정희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장애인이 자립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의 걸림돌은 의외로 가족이라는 것이다. 자립생활주택 지원제도나 탈시설지원사업 등에 대해 안내하고 체험홈 시도를 권했을 때 막상 당사자의 두려움도 두려움이지만 가족의 반대가 더 만만하지 않다고 한다.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으세요. 시설에 있으면 사고가 나도 책임을 지는데, 탈시설이니 자립이니 하면서 괜히 바람넣었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책임질 수 있느냐고. 그리고 일단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오면 가족의 부양부담이 커진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고 정확하게 인식시키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폭력적인 반응도 많고요.”

최정희 활동가

최 활동가는 이것이 무지함에서 오는 반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심정도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좋은 사례를 충분히 보여드리고 지원체계에 대해서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갑작스러운 만남이었던 이유도 있지만, 이날 나눈 짧은 대화만으로도 이것은 시간을 갖고 후속 인터뷰를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사안이 무거웠다. <별일없이산다> 프로젝트는 가족구성권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나누기로 하였지만 이는 역시 주거권을 떼어놓고 말할 수는 없는 문제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해 이야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이 자립의지를 가지고 지역사회로 자유롭게 들고 날 수 있으려면, 장애의 경중에 관계 없이 자립생활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려면, 그리고 그것이 제도적 지원의 영역 안에 있으려면, 혼인과 출산을 전제로 하는 현재의 가족에 대한 정의가 더 넓어져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평한 기회를 가지고 자기자신의 인권을 수호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가족 단위의 주거 형태만을 정상으로 규범하는 현재의 제도는 많은 부분에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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