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인터뷰 #지지고볶고 #유나

190918 @회기역 오리

원두 says

‘가족’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4명의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맛난 밥을 먹고, 하하호호하며 그 날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공익광고가 주입한 이미지일 뿐,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어휴. 오히려 공익광고가 주입한 이미지는 찰나의 순간만일지도. 하지만 그 또한 가족, 아니 그것이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지만 답답하고 밉고, 그치만 가족이라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는 유나의 지지고 볶는 가족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유나 소개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서로의 심리적/물리적 거리의 존중과 따듯함이 유지되는 관계에서 가족이 탄생한다고 믿습니다. 산책을 좋아합니다.

OX퀴즈

원두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본인이 생각하는 가족은 어떤 형태인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아이스브레이킹이 있어. OX로 3초 안에 대답해야 돼. 해볼게.

나를 어렸을 적에 버리고 간 엄마, 근데 내가 20살 되던 해에 나타났다. 그 엄마는 가족인가, 아닌가?

유나

X

원두

왜 X야?

유나

낳기만 하면 가족인가

원두

그럼 그 엄마를 대신해서 나를 계속 키워준 새언니-

유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패널 듦) O

원두

(웃음) 엄청 빠르네. 키워 주었기 때문에 가족이야?

유나

난 약간 그런 거 같애*. 혈연보다는 정이나 그 안에 있는 공동체성 같은 것에 기반하는 느낌? 사실 생물학적으로 낳아주는 거는, 그것도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혈연적인 건 가족의 시작이 되는 거고 가족은 관계를 하면서 같이 만들어나가는 거지, 딱 정해져 있는 게 될 수 없다는 느낌?

*화자의 말투와 습관을 살려 적은 부분입니다.

원두

그다음 질문도 조금 비슷하긴 한데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할아버지, 가족인가 아닌가?

유나

음….약간 어렵다. 중간.

원두

어 근데 의왼데? 나는 네가 엄마 질문에서 바로 X라고 해서 친할아버지도 아무 유대가 없으니까…

유나

유대가 없긴 없는데, 오히려 그러니까 더 어려운 것 같아. 싫은 감정도 없으니까. 뭔가 나한테 책임감을 묻거나 할 소지조차 없으니까.

대답하다 보니까 내 안에 가족에 대한 바운더리가 생물학적인 가족이 있고, 그거 외에 다른 가족이 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생물학적인 것만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기보다는 이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다른 가족들이 있을 수 있다고 열어놓고 있는? 그런 상태 인 것 같은…

원두

매주 금요일마다 나에게 파전을 구워주는 이웃집 아줌마, 가족인가 아닌가?

유나

이거는 내가 그 아줌마를  얼마나 친밀하게 느끼는지에 따라 다른 거 같아.

원두

만약에 친밀하게 느낀다면 가족에도 넣을 수 있다?

유나

그니까 그 사람이 나에게 파전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랑 나랑 파전을 나눠 먹는 시간 동안 어떤 교류가 있고 얘기가 있고 그걸로 어느 정도 이상의 유대감이 있는 상태면은 나는 가족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원두

마지막은 더 파격적이야.

엄마가 아플 동안 그 유년 시절 항상 나랑 함께하며 항상 나를 위로해준 피카츄 인형(웃음) 가족인가, 아닌가?

유나

나는 가족인 것 같은데(웃음)

원두

아, 가족인 것 같아? 나 실제로 있었거든. 피카츄 인형이 있었어(웃음)

유나

으응~

원두

오히려 가족이다?

유나

(웃음) 피카츄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느낄 수 있지.

당신의 가족은 몇명입니까?

원두

그러면 인터뷰하기에 앞서, 지금 상태의 유나가 생각하는 유나의 가족은 몇 명입니까?

유나

(고민) 흠. 한 8명 되는 것 같은데?

원두

오, 누구누구 들어가는지 물어봐도 돼?

유나

그냥 우리 가족에, 내 고양이에, 남자친구와 친구를 포함한 명수. 친구도 다는 아니고.

원두

동네 오랜 유년시절을 함께했던…

유나

오랜 유년시절이라기보다는 그냥, 기간이라기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대감이 더 가깝다고 느끼는?

원 가족에 대해 간단한 소개 해주세요.

원두

내가 선택할 수없이 이미 태어나서 정해진 가족을 원 가족이라고 하더라? 초반에는 바운더리를 좁혀서 원 가족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어.

가족 소개하면서 생각나는 이것저것.

유나

아무렇게나?

원두

어어, 나한테 이야기 들려주듯이?

유나

우리 가족은 코인이(고양이) 포함 5명인데. 나는 항상 느끼는 게 우리 가족의 성향이 당연히 비슷한 듯 다르고, 근데 그 기본적인 성향이 서로 살갑거나 이렇다기보다 무뚝뚝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가족이라서, 같은 공간에 있지만 이들도 날 잘 모르고 나도 이들을 잘 모를 거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으면서도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 가깝기 때문에 또 어쩔 때는 다 안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역설적인… 집단 같은? 느낌이 좀 들고. 아빠 같은 경우는 딱 전형적인 가부장제, 유교사상을 답습한. (웃음) 얼마 전에 내 동생이 절을 하는데 오른손이 위에 갔다느니 왼손이 위에 갔다느니 이런 거를 따지고 있고, 본인이 죽을 때까지 아들이 제사를 지내줬으면 좋겠다는?(웃음)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서…

원두

어, 그런데 본인의 제사를 해주길 바라는구나.

유나

아빠만 그래.

원두

아, 아빠만.

유나

엄마는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말라고. (웃음) 아들 고생 시킬 거냐고,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말라고. 

원두

그럼 엄마는?

유나

엄마는 헌신하는 엄마상. 그리고 아빠는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억압하는 스타일인데, 그 억압을 뭔가 폭력적이고 폭군적인 방식으로 한다기보다는 모른척하거나 회피하는 식으로 일관하고. 엄마는 아빠가 그런 타입이기 때문에 더 눈치를 보고, 아빠보다 더 빨리 움직여서 아빠가 회피하는 문제들을 본인이 해결한다거나 헌신하면서 가족의 문제들을 봉합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 과정에서 또 엄마가 받는 스트레스나 감정적인 분출을 할 데가 없으니까 그런 것들이 자식이나 남편한테 갈 때가 있다는 생각은 들었어.

동생은… 동생이랑 어렸을 때는 되게 싸우면서 자라다가 대학교 지나고 나서부터 집 상황이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면서 거기서 유대를 느낄 때도 있고. 자식으로서 공유하는 어떤 부모의 문제라던가 집안의 분위기라던가 이런 게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성인이 돼서는 묘하게 유대감이랄까 그런 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음- 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우리 아빠가 강하게 유교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엄마도 안 그런 편이긴 하지만 그런 태도가 비칠 때도 있기 때문에 나는 내 동생을 편하게 생각하면서도 그가 ‘아들’이기 때문에 받는 어떤 것들이 느껴지기도 하고. 가족이라고 했을 때 그 안에 엄청 다양한 알력들이 있는? 개개인의 캐릭터와 이들 한 명 한 명의 위치가 사회적으로서 받는 역할에 대한 중압감 같은 것들이 있잖아. 플러스 나이, 성별 이런 것들 다 복합적으로 섞여가지고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없어지고 유폐되고 이런 느낌?

원두

우리 집처럼 남자라는 사람이 기대치를 바닥에 쳐야 남자, 여자 그런 게 없는데 (웃음)

유나

우리 아빠는 내 동생이 수능 막 못 본 것도 아닌데, 어느 정도 봤었어. 근데 아빠의 기대만큼 못 봤단 말이야. 나는 그 때 우리 아빠 우는 걸 처음 봤어. 본인이 생각한 본인의 아들에 대한 뭔가… 나한텐 그런 게 없거든(웃음) 

원가족에 관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그 이유는?

원두

그럼 가족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

유나

나는 명절. 가까운 직계 가족들이야 일상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자주 보는데, 명절 때 보는 가족들은 그렇지는 않잖아. 아빠 포함 친가 가족들이 엄청나게 경직된 분위기에서 유교적인 사상과 가부장적인 거를 몸에 체화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게 너무 쎄기 때문에 만나는 게 힘들었어. 약간 단적으로 말하면 그거야. 나랑 내 동생 어렸을 적 명절 때 갔다가 집에 올라가는 길이잖아? 과일 하나만 싸주면서 가는 길에 우리 아빠 먹이라고. 우리 아빠’만’ 먹이라고, 그런 식? 그 정도로 본인 아들밖에 모르는..

원두

근데 손자, 남자 동생도 있었잖아. 그런 거 상관 없이?

유나

본인 아들이 1위고, 그다음이 내 동생이고, 엄마랑 나는 아예 밖에..

명절이 생각나는 게, 지금 내가 커서는 그들이 분노의 대상이라도 되는데, 어렸을 때는 나랑 그들이 가족이라는 단어로 묶여있으면은 내가 이들을 미워해서도 안된다는 그런 게 은연 중에 있으니까 내가 이 사람들을 미워하는 거 자체가 잘못을 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이 사람이 너무 밉고 무서워도 생각해보면 ‘이 사람은 우리 아빠의 가족인데 내가 아빠의 가족을 미워해도 돼?’ 약간 이런 생각이 어렸을 때 드는 거야. 

그들 중에도 나에게 더 적대적인 사람이 있고, 신경 안쓰는 사람이 있고, 아니면 그중에서도 잘해줬- 잘해준다기보다는 그래도 살갑게 하는 사람이 있지만, 어쨌든 간에 그들 모두가 다 우리 엄마한테 명절 때 가면은 일 시키고 안 좋게 대하는 걸 보니까 우리 엄마한테 안 좋게 대하는 사람을 내가 왜 좋아하겠어. 그러니까 같이 있기 싫으니까 거의 쪽방에만 있고. 다른 친구들은 어렸을 때 명절 쉰다고 좋아하고 할머니 집에 간다고 좋아하는데 나는 그런 게 너무 이해가 안 되고 신기했어. ‘명절이 좋을 수가 있구나.’ 그런 거? 이름으로만 가족이라고 얽힌 거지. 그 가족이라는 게 나한테는 어렸을 때 되게 족쇄처럼 느껴졌었어. 왜냐면은 사람들은 ‘가족’ 하면은 방송에서 다루는 딱 이상적인 상들이 있잖아. 화목하게 지내고, 잘 정돈된 식탁에서 항상 저녁을 먹으면서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그 범주에 벗어나 있다고 느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이상적인 가족의 상을 지켜야 한다거나 혹은 그거를 욕하면 안 된다고 나도 모르게 내면화하고 있었던 것 같애. 그래서 그들을 미워하는 거 자체도 마음이 되게 불편했었던?

원두

괜히 자책하게 되고.

유나

어어. 내가 가족을 미워해도 돼? 내가 가족을 왜 미워하고 있지? 이런 생각들 때문에 어렸을 때는 좀 힘들었었던 거 같애. 지금은 뭐, 그냥 화를 내고 말지 (웃음)

원두

그럼 족쇄같이 느꼈던 느낌을 벗어나게 된 시기는 언제쯤이야?

유나

성인이 되면서 점차 그랬던 거 같애. 어렸을 때는 내가 가고 싶건 말건 부모님 따라 무조건 가야 하고, 그 공간의 어른들의 말을 들어야 하니까 어렸을 때는 ‘무섭다’ 이런 거였고. 그게 중고등학생 되면서 ‘화’랑 비슷한 감정으로 바뀌었고. 그 감정도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신기한 감정이었어. 어쨌든 명절이라 해봤자 2번에서 많으면 3-4번 이렇게밖에 안 만나는 사람들한테 그런 감정을 가진다는 거 자체도. 그렇게 답답했으면은 집을 뛰쳐나와서 다른 데 있었으면 됐는데, 그때는 그 생각도 못 했어. 그리고 우리 엄마가 집에 혼자 있을 생각을 하면은 더 나가면 안 될 것 같은 거야. 

고모가 우리 엄마를 내가 항상 너무 이해 안 되는 걸로 못살게 구는데, 어떤 명절에는 한 번 약간 도를 넘었었어. 뭔지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그래서 우리 엄마가 꾹 참고 서 있는 게 보이는 거야. 내가 그걸 보고 너무 열이 받는 거야. 엄마 왜 듣고 서있냐고, 엄마가 바보냐고, 나랑 지금 나가자고 나가서 내려가자고. 여기서 왜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대꾸도 안 하고 가만히 서있는 거야. 고모들은 놀라서 나를 쳐다보고. 열이 받아가지고 가방을 싸서 나만 나왔어. 근데 난 좀 놀랐던 게, 엄마가 그때 가만히 있어서 아무도 나를 쫓아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열받아서 혼자 집에 가려고 짐을 싸 들고 나온 건데 엄마랑 아빠가 짐을 싸 들고 나를 쫓아오는 거야. (웃음) 버스 정류장에서 서있다가 되게 당황스러웠고. 나는 엄마는 나와도 아빠는 안 나올 줄 알았거든? 근데 아빠도 되게 뻘쭘하게 “올라가자” 이러는 거야. 그렇게 올라온 이후로 엄마한테 직접적으로 전화를 해서 뭐라고 한다거나 이런 건 끊겼어. 그 날이 족쇄를 벗어나게 된 계기였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크면서 내가 그들을 마음속에서 가족으로 안 생각했어. 분리시켰어. 어렸을 때는 그래도 내가 우리 아빠 가족이고 내 가족이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괴로워했었는데 지금은 마음에서 아예 단절을 시켰단 말야. 나는 그런 관계는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내가 남보다 못한 사람들한테 그리고 남보다 못하게 우리를 대하는 사람들한테 왜 가족으로서의 도리라는 허상을 지켜야 하는지 모르겠는 거야. 클수록 점점 그런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어.

원두

제일 무섭고 그런 기억이 떠올랐으니까 반대로 좋거나 긍정적인 기억은 있어?

유나

근데 좋은 거는 딱히 확 어떤 장면이 떠오르진 않는 거 같애. 없다기보다는 좋은 거는 생각보다 되게 소소한 것들? 그런 것 있잖아. 생일이라고 해서 밥 다 같이 먹고 오면서 서로 농담 따먹기 한다던가, 내가 어딜 가자 해서 우연하게 들른 데가 좋아서 서로 이야기하면서 지나간다던가 그런 일들? 일상적인 것들에서 잠깐잠깐씩.

원두

나한테 같은 질문을 했다 해도 나도 뭐 얘기해야 할지 잘 모를 거 같긴 해. 왜 항상 안 좋은 기억이 먼저 떠오를까?

유나

안 좋은 기억은 뭔가 강렬하고. (웃음)

원두

맞아. 그리고 방금 얘기하면서 떠올랐는데 가족이 그런 존재이기도 한 것 같애. 그러니까 좋으려고 있던 게 아니고, 원래 있었고, 당연한 건 아니지만 당연하게 느껴지고 일상적이고 하다 보니까 좋은 기억은 그냥 흘려보내는 존재인 것 같기도 해. 

유나

이벤트처럼 좋은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그들까지 내 일상의 영역이잖아. 일상은 뭔가 특별하게 좋다고 느끼기가 어려우니까.

원두

난 들으면서 그것도 좀 새롭긴 했어. ‘무섭다’라는 감정이. 나는 원래 겁이 많아서 무서움을 잘 느끼는데도 친척이든 가족이든 무서웠던 적은 딱히 없거든. 어렸을 때 있었을 순 있지만 지금까지 생각날 정도의 강렬한 무서움은 없는데, 너는 얘기할 때 무서웠다고 얘기하니까 혈연, 가족이라고 하는 사람들한테서 무서움을 느낀다는 건 어떤 감정일까, 새롭긴 했어.

유나

왜냐면은 친가 가족들 중에서 고모 다섯에 아들이 아빠 하나인데, 집안의 지원이라던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과 기대를 아빠한테 다 쏟아부었지. 그래서 고모들도 보면 아빠에 대한 애증이 있어. 부모들이 자기 동생을 대하는 걸 봤기 때문에 그들도 그걸 답습해서 집안에 아들이 없으면 큰일 나고 무시당하고, 아들은 큰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야.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우리 아빠를 그런 식으로 대하긴 해. 애지중지 대한 다기보다 그래도 아들이니까 이런 게 있어. 어쨌든 그런 걸 내면화 한 사람들이니까 엄마와 나에게는 기본적으로 싸늘하게 대했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싸늘하게 대했던 고모는 거의 나를 싫어한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인 것 같아. 나를 보는 눈빛에서 기본적으로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안 좋아하는지는 느낄 수 있잖아? 나를 항상 봤을 때 싸늘하게 봤었고, 나에게 말을 걸 때도 면박을 주는 식의 말밖에 안 했어. 너는 이런 것도 안 하니? 너는 인사성도 없네? 그러니까 나는 그냥 항상 그 집에 가면 그 사람을 피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했어. 너무 피하다 보니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한 거야. 내가 제대로 볼 수 없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어떤 날은 그 사람이 방에서 화장을 하고 있는데 내가 들여다봤어.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됐던 것 같아. 맨날 내가 너무 피해 다녀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는 거야. 그래서 궁금해가지고 봤다? 아직도 생각이 나. 그 화장하는 거울 안으로 눈이 탁 마주친 거야. 근데 나는 원래 무서워했으니까 눈이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도망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막 도망을 갔어. 도망을 가다가 옥상의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막 뛰어올라가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쫓아왔어. 화장하다 말고. 진짜 내 머리채를 잡고 나를 때렸어. 쳐다봤다고 열이 받았나 봐, 본인은. 나는 엉엉 울고. 젤 많이 운 거는 우리 엄마였지. 그때 나는 어려서 상황을 잘 이해 못하고 운 건데, 엄마는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하겠어. 솔직히 그 어린애가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 그건 진짜 싫어하기 때문에 한 거잖아. 그때는 그런 거를 ‘무섭다’ 이렇게 생각했어.

원두

참 신기하다. 그렇게 미워할 수 있다는 게.

유나

어렸을 때는 진짜 그게 억울했다. 그 감정의 기저에 그것도 있었던 것 같애. 그걸 이해해보려고 했기 때문에? 어렸었던 내가 뭐가 그렇게 싫었을까? 이거를 내가 계속 생각을 해보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 자체도 안 하고 그런 생각에 감정을 낭비하는 것도 너무 아깝고. 나를 생각해주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느라 감정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걸 겪으면서 내 안에서 그런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에 대해서 스스로 가지치기를 했던 거 같애. 

원두

참 친가는, 우리 나이, 우리 아빠 세대 때는 다 그런가 봐. 갑자기 친할머니가 우리 언니 뺨 때렸었다고 들었던 얘기가 생각나. 나는 보진 않았는데. 언니가 초등학생 때 목에 생선가시가 걸린 거야. 그거 때문에 막 아프고 놀래가지고 난리를 치면서 운 거야. 근데 시끄럽다고 조용하라고 뺨 때렸다는 거야. 그래서 엄마가 엄청 속상해하면서 ‘애가 그럴 수도 있지.’ 했었던 기억이 나.

근데 나는 최근에서야 ‘아, 할머니가 잘못했었네.’ 깨달았어. 비슷하게 어렸을 때 아빠한테 우리 가족은 화목하다고 세뇌를 많이 당했다는 걸 커서 깨달았어.

유나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거기서 벗어난 생각을 못 했지? 그게 왜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 했지?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런 걸 가까이 보고 생활하고, 나랑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관계에 있으니까 나한테 있어서는 당연한 거잖아. 

원두

왜 어렸을 때 초등학교에서 가정 설문조사? 하잖아. 아빠 무슨 직업인지, 이런 거 조사하는 거.

유나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 그런 걸 자기들이 알아서 뭐 하게.

원두

(웃음) 맞아. 근데 아마 그게 주관식 문항이 있었을걸? 가족 분위기 어떤지 쓰라고? 그러면 나는 항상 ‘우리 가족은 엄마 아빠가 싸우지도 않고 화목하다.’라고 써서 냈던 기억이 있어. 떠올려보면 우리 아빠는 그 당시에도 툭 하면 엄마한테 화를 내고 우리한테 소리 지르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썼다는 게 너무 놀라운 거야. 근데 그때 항상 아빠가 ‘우린 싸우지도 않고 얼마나 화목하냐’ 이런 말을 많이 했었거든. 그래서 ‘아 그렇구나, 우리 가족은’ 이러면서 썼는데, 커서 생각해보니까 ‘왜 그런 아빠를 보고 화목하다고 생각했지?’ 의문이 들었어. 그때는 엄마는 항상 참고, 아빠가 일방적으로 화내서 싸움이 안되니까 싸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나봐. 참 신기하지. 어렸을 때 화목하다고 생각한 게 세뇌당한 거였구나.

유나

어렸을 때는 가족이라는 단어 때문에 뭐가 있는 거 같아. 가족이기 때문에 우리 가정은 화목해야 하고, 할머니 하면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여야 하고.

원두

어렸을 때는 가족이 더 절대적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벗어나서 살 수가 없으니까.

유나

그런 것도 있는 거 같애.

원가족 내에서 가장 편한/불편한 사람과 그 이유는?

원두

그러면 원 가족 내에서, 적절한 단어를 잘 모르겠는데, 가장 친하다고 해야 할지 편하다고 해야 할지 그런 사람은 누구야?

유나

네코 (고양이 이름)

원두

(웃음) 원 가족 내에서

유나

아, 그래? (웃음) 동생?

원두

왜?

유나

친한 편이라고 생각을 하긴 하는데, 동생도 나도 성격이 약간 친해도 서로 공유하는 선이 막역한 게 아니라 ‘누나랑 나는 친하지만 여기까지’ 그런 게 있어. 기본적으로 서로 ‘뭘 하든지 알아서 하겠지’ 약간 이런 게 있는 편이라서 그런 면이 젤 편한 거 같애. 서로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게. 나이도 비슷하고.

원두

그럼 반대로 제일…

유나

(말도 끝나기 전에) 아빠. 아빠.

원두

아빠(웃음). 이유는?

유나

일단 어느 순간부터 아빠랑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애. 너무 자기가 아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을 해서 상대방이 반박을 하거나 말이 안된다고 얘기를 했을 때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이고. 기본적으로 반응이 열려있어야지 오고 가면서 이해를 하는데, 너는 모른다고 치부를 하거나 갑자기 화를 낸다거나 이런 식이 되니까. 

어느 날인가 가족들이 외식을 하러 가는데 나랑 아빠랑 같이 걷게 된 거야. 같이 걷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너무 모르겠는 거야. 그런 어색함을 느끼고 나서 ‘아, 아빠랑 있는데도 이렇게 어색한 사이가 됐구나.’를 그때 체감했던 거 같애.

이전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잘 맞지 않았지만 가족을 이해하게 된 순간/측면이 있다면?

원두

그러면 가족임에도 진짜 이해 안 가, 왜 그러지? 이런 부분 있잖아.

유나

예를 들어?

원두

나 같으면, 우리 아빠의 ‘나누는 걸 싫어하는 행동’이 너무 이해가 안 되고 싫었어. 어떤 식이냐면 집에 포도를 엄청 많이 사놓은 거야. 아빠는 쿠팡 세일로 쇼핑하는 거 좋아하니까. 너무 많기도 하고 하나 정도 회사 사람들이랑 나눠먹고 싶으니까 ‘나 이거 회사 가져간다’라고 하면 엄청 화를 내는 거야. 집에 거를 왜 가져가냐면서.

유나

네가 가져가는 게 싫은 게 아니라, 가져가서 다른 사람들 주는 게 싫은 거야?

원두

그런 거 같애. 집에서 먹으면 아빠도 같이 먹을 수 있는데, 그걸 왜…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많은데, 바로 떠오르는 게 이거네.

유나

우리 아빠는 버럭 해, 버럭. ‘이러이러해서 저렇다’ 설명하는 게 아니라 갑자기. 나는 그가 기분이 안 좋은 상태인지도 모르다가 버럭하는 걸 듣는 거지. 예를 들어 별것도 아니야. 화장실에 팬을 켜 놓고 나왔어. 평상시에 나는 샤워를 하고 그걸 보통 켜놓고 나오고, 내가 새벽에 화장실 자주 가니까 갔다와서 자기 전에 끈단 말이야. 근데 이제 아빠가 그 타이밍에 깨있었던 거지. 그게 못마땅했던 거야. “너는 저거 밤새도록 켜놓으려고 그러냐!!” 갑자기 이러는 거야. “방금 켰는데.” 이러면 들은 척도 안 해. 이런 면은 엄마 아빠 다 해당되는 건데, 특히 자식들한테는 그들 기분에 따라서 확 표출하는 거? 

원두

그러면 예전에는 진짜 이해가 안 갔는데, 나이가 들거나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해가 갔던 측면이나 순간 같은 게 있어?

유나

딱히 이해가 된다기보다는… 엄마들 뭐 살려고 그러면은 지나치게 가성비 따지고 성분 따지고, 본인들은 안 좋은 거 먹고, 게다가 내가 쓰는 것도 막 못 쓰게 하고 그러잖아. 그게 옛날에는 너무 답답했어. 그런데 지금 보면은, 우리 아빠가 그런 거에 있어서 다부지지 못한 편이고, 그걸 항상 엄마가 수습해왔던 게 본인에게 너무 내면화된 거지. 아껴야지 갑자기 일어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점점 그런 사람이 되고. 우리 엄마도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을 텐데. 엊그저께인가 명절 연휴 중에 하루, 같이 나가서 밥먹고 종각에 <반쥴> 카페 있잖아, 거기 갔는데, 거기 고가구들이 되게 많잖아. 근데 엄마가 거기 장식장 안에 향수들을 한참 보는 거야. 우리 집에도 향수 되게 많단 말이야. 집 새로 이사 가면 이런 거 꾸미고 싶고, 자기 이런 거 되게 좋아했고, 인테리어도 되게 좋아해서 우리 집 처음 이사 왔을 때 막 잡지에 있는 인테리어 하는 업체 불러서 가구 맞추고 그랬대. 아빠 몰래. (웃음) 우리 엄마 옛날에 꽃꽂이도 하고 이랬었거든. 그랬는데 그런 것도 다 까먹고. 아무튼 가구들 보면서 “나 어렸을 때 내 친구들이 나 이렇다고 했는데…” 이런 얘길 막 하는 거야. 그런 거 보니까 나는 우리 집안에 있는 우리 엄마로서의 모습만 보는 거지. ‘엄마의 모습을 잘 모르는 거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지. 

원두

그래서 더 가족인데 서로를 잘 모르나 봐. 그치.

유나

그런 거 같애. 나는 약간 스스로를 잘 드러내는 편이 아니니까, 특히 가족들한테는 더 그러니까. 뭐 문제없는 것처럼 항상 굴고. 뭐 물어보면 다 잘되고 있다, 괜찮다, 알아서 할게. ‘알아서 할게’라는 말 되게 많이 한단 말야. 내가 그러니까 가족들도 나만큼이나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애.

가족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하는/위치에 있는 사람인가요?

원두

지금까지는 가족에 대해서만 물었고, 그 원 가족 속에서 너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애? 어떤 사람이라는 게 너무 폭이 넓어서 어려울 수 있는데.

유나

뭔가, 가족들이 보는 나의 모습?

원두

근데 가족들이 보는 너의 모습은 가족들한테 물어봐야 하니까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네가 생각했을 때 너는 가족에서 어떤 역할? 어떤 포지셔닝? 

내가 생각했을 때 나는 최약체야, 우리 가족에서. (웃음) 왜냐면 많이 말했지만, 언니가 제일 서열 1위이고 그다음이 아빤데. 아빠는 원래 자신의 감정을 엄마한테 풀다가 엄마가 아픈 뒤로는 못 풀고, 근데 동생한테 풀자니 동생은 귓등으로도 안 들어. 그러니까 나밖에 없는 거야. 근데 내가 그걸 잘 받다가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생각하게 됐어. 나는 오히려 사춘기 때는 되게 조용하게 지냈는데 사회 초년생 때 아빠랑 제일 많이 부딪혔어. 근데 엄마나 언니나 그런 불화가 있을 때마다 아빠한테는 참으라고는 자기들도 말 못 하니까 항상 나한테 참으라고 했어. 근데 참으라고 하는 게 아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참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너는 뭘 또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 이런 얘기를 너무 많이 했어. 그래서 실제로 내가 예민할 수 있는데 예민하다는 걸 인정하기가 싫은 거야. 그런 식으로 예민하다고 규정졌어서. 그래서 가족이 별문제가 없어도 별로 안 좋아. 나는 그런 위치였던 거 같애, 내가 생각했을 때. 권력구조의 최약체였어. (웃음)

유나

나는 나만 ‘우리 가족에서 특별히 어떤 위치다.’ 그런 것보다도, 약간 우리 가족은 다들 섬처럼 조금씩 떨어져 있는 느낌인데 내가 좀 더 그런 느낌? 더 거리두기하고 있는 느낌? 그러니까 우리 가족이 나를 보면서 되게 무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애. 가족들 사이에서 나를 보면 약간 냉소적으로 보면 관찰자 같은 느낌도 들기도 하고. 나 스스로가 다 그냥 뭔가 누군가에 크게 개입하지 않는 편이니까.

원두

경험 때문에 점점 그렇게 변한 걸 수도 있고 그게 너한테 또 편한 거지? 어때?

유나

편한 것도 있고, 또 내심으로는 신경 쓰이는 게 있기도 하다? 일이나 트러블이나 가족들 사이에서 많을 수밖에 없기도 하잖아. 조율해야 될 게 그렇게 많은 관계니까. 그럴 때마다 내가 개입을 하는 게 나도 어느 순간 버겁고 힘든 게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내가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은 그냥 회피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애.

가족이 되기 위한 최소 요건은 무엇인가요?

원두

그럼 원 가족을 넘어서서 네가 가족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을 때, 가족이 되기 위한 최소 요건은 뭐가 있어? 이런 조건 정도는 충족해야 가족이 될 수 있다. 이런 거.

유나

결국에는 태도의 문제인 것 같애. 나랑 되게 다를 수 있고 안 맞을 수 있는데, 그거를 서로 어느 정도까지 노력을 해서 맞춰보려하고 서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려고 하는지?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기본적으로 서로 억압 하지 않으면서, 나는 나고 너는 너인 상태로 있으면서 서로 의지가 잘 될 수 있는 상태가 제일 건강한 거 같다고 느껴지는데. 그렇게 하려면은 서로 애초부터 비슷한 사람이면 그런 과정이 편하게 될 순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거는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얼마나 잘 인정해 줄 수 있고, 그거에 대해 열린 태도를 들을 수 있는지? 그런 것도 중요할 것 같고. 가치관 이런 것도 중요할 것 같고.

원두

물론 딱 맞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런 열린 태도나 삶을 바라보는 시선? 성향? 이런 게 비슷한 사람은 아예 없다곤 할 수 없잖아. 근데 그런 사람을 다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하면 그건 아니잖아. 아, 다 가족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 사람이면?

유나

음…..(생각 중) 모….르겠네? 가족 했을 때 드는 생각?은, 물론 가족도 다 크면 서로 따로 살고 그런 것도 있지만, 약간 주거나 생활을 공유하는 느낌? 이 큰 것 같애. 기본적으로 그런 태도를 지니되 약간 나의 삶의 반경에서 가깝게 있는 사람이 가족으로 느껴질 거 같은? 가족 하면 일상의 범주에 드는 느낌이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그런 태도나 예의를 잘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서로 그런 생활이나 일상의 범주를 잘 공유하고 삶을 같이 나누는? 그런 사람들이 가족으로 느껴질 거 같은?

가족을 선택할 수 있다면, 원가족은 여전히 당신의 가족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

원두

그러면 너만의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이 생겼다고 했을 때, 지금의 원 가족은 그 가족에 들어가, 안 들어가?

유나

들어갈 것 같애

원두

3명 전부 다?

유나

뭐랄까 ,약간… 애증의 관계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고르라고 하면 내가 빼지는 못할 것 같은?

원두

그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봐 온 연민이나 이런 게 작용하는 거야, 아니면 혈연이 그래도 중요하다 이런 거야?

유나

혈연이 중요하다는 건 아닌데. 지금의 가족들은 물론 지지고 볶고 안 좋을 때도 있고, 그런 모습들 중에 여전히 이해 안 되고 나로서는 아마 계속 이해 안 될 모습들도 있긴 하지만, 그게 뭔가 내 마음속에서 가지를 쳐버릴 정도의 타격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애증이 존재하는 것 같애. 특히 부모님한테는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써는 나한테 애정을 줬고, 그런 걸 봤을 때 이들이 나한테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은 그럴 수 있었겠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가족을 재구성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를 빼지는 못할 거 같은? 그런 생각? 근데 내가 아예 처음부터 우리 부모님들도 다 타인으로서 만났으면 또 모르지. 어렸을 때부터 나고 자랐기 때문에 그게 큰 것 같애.

원두

그러면 그런 구성권이 있을 때, 원 가족이랑 네코 빼고 3명이 더 있는 거잖아. 가족이 몇 명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8명이라고 대답했으니까. 거기에 3명을 더 가족이라고 넣은 거잖아. 남자친구랑 친한 친구 2명이랑. 그럼 그 이유는 뭐야? 가족으로서 생각하게 된 요인?

유나

아까 말한 상호 간의 열린 태도와 애정과 일상의 공유 이런 게 중요하다고 얘기했지만. 그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나의 일상적인 수준에서 감정의 공유나 이런 건 가족보다 더 의지를 많이 하는 거 같애. 슬플 때 부모님 앞에서는 안 울어도 네코 안고 막 울고(웃음) 그런 것처럼. 어떻게 보면 가족이라는 게 오히려 나다울 수 없는 면들도 있잖아. 근데 친구나 네코 같은 경우에는 이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고민이 앞서기보다, 더 나를 잘 보여줄 수 있고 내가 나다운 모습 그대로여도 괜찮다는 신뢰를 어느 정도 상호 간에 쌓아온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친구 관계가 어떻게 생각해보면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는 관계잖아. 그런 것들이 오랜 시간 서로한테 신뢰나 그런 걸로서 쌓여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느낌의 바운더리 안에 있는? 그런 것 같애.

원두

궁금한 게 2가지 있는데, 내가 본 너는 한 동네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일상의 공유를 잘 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꽤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은 전부 가족인 건 아니잖아. 그중에서 가족만큼 느끼는 친구가 있는 거잖아. 그 차이점은 뭐야?

유나

그들과 같이 지내오면서 형성된 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시간들도 무시는 못 하지만,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내는 거랑 더 많이 이해하고 서로 공유하는 거랑은 또 좀 다른 느낌? 그렇게 따지면 가족들도 엄청 오랫동안 가까이서 본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게 잘 되는 가족이 있고 아닌 가족이 있잖아. 그런 것처럼 나랑 가까운 바운더리 안에서 관계가 무너지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 사람이어도 서로 이 정도의 선만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아니면 정말 깊이 공유하면서 나누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아니면 정말 어렸을 때 알았던 서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선에서만 잘 지내는 사람이 있고. 그거는 사람마다 다른 거 같아서. 시간보다는 조금 더 깊이나 나다움을 숨기지 않고 보여줄 수 있는 사람? 그런 게 더 주였던 것 같애.

원두

나머지 질문은 지금 남자친구가 엄청 오래된 건 아닌데도 가족의 범주에 어떻게 들어갔냐 묻고 싶었는데, 방금 말한 거랑 이어지게 꼭 시간이라기보다는 서로 인정하고 나다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범주에 들어가는 거지?

유나

그런 것 같애. 사실 절대적인 시간이 오래된 건 아닌데, 물리적인 환경이 너무 가깝다 보니까 자주 보게 되는 것도 있고. 내가 어떤 거에 대해서 문제를 느끼고 서운함에 대해서 얘기할 때, 그거에 대해서 바로 인정, 인정이 바로 안돼도 인정하려고 생각해. 내가 “서운하고 기분이 우울해”라고 했을 때, 본인은 억울할 수 있지만 우울한 건 없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인 거잖아. 그래서 그거에 대해서 부정을 하는 게 아니라 일단은 그 감정을 인정한 다음에 그래서 ‘왜 그렇게 느꼈고, 어떻게 하면 될까?’에 대해 되게 진지하게 짚고, 논의하려는 태도를 서로 지키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애. 둘 다. 그게 안되면 서로한테 얘기를 하고. ‘네가 지금 이런 상태인 것 같은데 이렇게 하면 안 될까?’라는 얘기를 서로 잘 하고. 어쨌든 간에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잘 존중해주려고 하는 편이고, 맞춰가려는 의지가 많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가까워질 가능성이 더 높게? 있는…

원두

아까 원 가족 얘기하느라 빠졌던 네코에 대해 소개해주면서 너한테 어떤 존재인지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애.

유나

네코는 말을 할 수 없지만, 네코가 나를 선택한 게 아니지만(웃음) 내가 네코를 선택했지만. 네코를 키우면서 항상 그 생각이 드는 것 같애. ‘얘가 없으면은 나는 어떡하지?’ 사실 네코가 당장 병이 든 것도 아니고, 고양이 수명대로라면 그래도 한 십 년 가까이 더 살 수 있을 텐데, 벌써부터 얘가 없는 상황이 아쉽고 걱정이 되고 너무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보고 얘가 나한테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내 선택으로 데려온 애지만, 내가 얘한테 많이 의지하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위로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애. 

원두

의지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행동을 고양이한테 취할 순 없잖아. 그런데도 의지가 되잖아. 어떤 부분이 의지가 되는 것 같애? 

유나

그 의지라는 건 솔직히 내 일방적인 의지지. 얘는 항상 내가 어떤 상태든 그 상태로 그 자리에 있잖아. 나의 상태에 동요하지 않고, 내가 슬퍼하거나 기뻐하거나 평상시보다 기분이 유달리 이렇다고 나를 다르게 대하지 않잖아. 그런 거에서 느껴지는 묘한 안정감? 같은 게 있는 것 같애. 고양이도 나를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되게 따뜻할 때도 있고. 

원두

맞아. 그래서 나는 우리집 고양이가 내 앞에서만 나오고 발라당하고 하는 게 되게 뿌듯하면서도 이 귀여움을 아무도 못 본다니 이게 되게 아까워.

유나

나도 나 퇴근하고 오면 네코가 방에서 나온단 말이야. 엄마가 ‘얘 오늘 방에서 처음 나온다’고. 출근하기 전에 아침을 먹이거든? 그러고 나서 나 퇴근하기 전까지 방에서 한 번도 안 나온 거야. 퇴근하면은 이제 오는 거야. 그런 거 보거나, 그냥 고양이들이 편할 때 하는 행동들이 있잖아. 갑자기 앞에서 털썩 눕고. 사소하지만 얘랑 나 사이에 만든 그런 것들 있잖아. 예를 들어서 내가 이불을 들춰서 이렇게 만들어줬을 때 얘는 들어가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던가 그런 것들이 있을 때. 바깥에 놀러나갔다가 다른 고양이한테 쫓겨들어와서 나 볼 때 (웃음)

원두

하하하 귀여워. 지원군 부르는 거잖아.

유나

응(웃음)

원두

어쨌든 가족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원 가족은 뺄 수 없고, 처음에 말했던 8명이 네가 생각하는 가족인 거네.

유나